피드백, 참 중요합니다. 공동 작업에서 주고받는 건설적 피드백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일의 과정에서도 유의미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게 피드백입니다. 특히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이는 결과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피드백을 줘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저 역시 디자이너와의 소통은 언제나 어려웠습니다. 목적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조직이 개개인의 목소리보다 ‘디렉터’라는 포지션을 만들고는 합니다. 디자인 디렉터가 디자인 최고 리더로 모든 디자인을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것이죠. 전문 영역을 피드백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이때 고민할 수 있는 것은 피드백의 목적과 관점을 먼저 맞추는 것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지통신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야기하는 피드백
‘매일 자신이 정한 양만큼의 글을 기록하는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 유명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책에 이런 피드백과 관련된 내용이 나옵니다.
어떤 장편 소설을 쓸 때의 일인데, 나는 원고 단계에서 ‘조금 안 맞는 편집자가 지적한 부분을 모조리 뜯어고쳤습니다. 단지 대부분 그 사람의 조언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고쳤습니다. 이를테면 ‘이곳은 길게 늘리는 게 좋겠다.’고 말한 부분은 짧게 줄이고, ‘여기는 짧게 줄이는 편이 좋겠다.’고 말한 부분은 길게 늘린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히 난폭한 얘기지만 그래도 그 수정은 결과적으로 잘 되었습니다. 작품은 그걸로 좀 더 뛰어난 것이 되었습니다. (중략)
즉, 중요한 것은 뜯어고친다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작가가 ‘이곳을 좀 더 잘 고쳐보자’라고 결심하고 책상 앞에 앉아 문장을 손질한다, 라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어떻게 수정하느냐’라는 방향성 따위는 오히려 이차적인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중략)
아무튼 고쳐 쓰는 데는 가능한 많은 시간을 들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귀를 기울이고 (화가 나든 말든) 그것을 염두에 두고 참고하며 고쳐 나갑니다. 조언은 중요합니다. (중략)
물론 타인의 의견을 모두 다 덥석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개중에는 잘못 짚은 의견, 부당한 의견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의견이든 그것이 제정신에서 나온 것이라면 거기에는 뭔가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런 의견은 당신의 머리를 조금씩 냉각시켜 적절한 온도로 이끌어줍니다. (중략)
하루키 같은 대작가에게 피드백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 마디로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도록 작가와는 다른 관점을 주는 것’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 할지라도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볼 수 있는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죠. 대신 그 피드백을 모두 정답이라 생각하기 보다 피드백을 듣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글을 수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합니다. 내용이 아닌, 글의 수정이라는 행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죠.
피드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리더나 동료가 피드백을 전한다 할지라도 그 피드백이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단지, 지식과 경험이 많은 리더와 동료가 바라보는 일의 관점일 뿐이죠.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니지만 오답도 아닌 한 사람의 관점일 뿐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때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한 가지, 피드백을 끝까지 듣고 그중에서 내가 동의하는 것과 내가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실행하는 것뿐입니다.